까치밥 홍시


고흥군 중촌마을의 감나무.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거라 보기엔 너무 많다. 딸 사람이 없어서 그냥 내버려둔 듯.

까치밥 홍시라는 말을, 나는 참 좋아한다. 먹을 게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까치 먹으라고 홍시 몇알을 남겨놓을 줄 아는 그 따뜻한 마음씨가, 나는 참 좋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잎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빨간 홍시야말로 우리의 가을을 대표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故 김남주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원래 부모새를 죽을 때까지 봉양한다는 까마귀를 위한 것인데, 까마귀는 흉조 까치는 길조라는 믿음에 바뀐 것이 아닌가라는 말도 있다.

여하간 까치밥 홍시에 담겨 있는 온기와 배려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밟고 밟히는 경쟁이 삶의 기본원리가 되고 아이들조차 승자독식을 체득하는 사회에서 까치밥 홍시는 그저 가을이면 등장하는 사진에서나 보는 풍경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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